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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 - 자신의 진정으로 할 일을, 진정으로 지닌 힘을, 스스로 찾는 히어로 본문

영화 감상 이야기/MCU 이야기

<캡틴 마블> - 자신의 진정으로 할 일을, 진정으로 지닌 힘을, 스스로 찾는 히어로

오늘의박쥐 2019. 6. 1. 10:30

우주를 지키는 강인한 히어로.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모릅니다. 우연한 사건으로 자신이 과거에 지구에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곳으로 찾아갑니다.

<캡틴 마블>은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슈퍼히어로 영화'입니다. 그녀는 영화의 막이 오를 때부터 슈퍼히어로입니다. 그러나 어째서 자신이 슈퍼히어로가 됐는지, 슈퍼히어로가 되기 전에는 어떤 존재였는지 모릅니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물에 가깝습니다. 캡틴 마블이 작은 단서들을 주워모으며 자신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진실을 모르더라도 그녀는 슈퍼히어로로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저 자신의 상관이 시키는 대로 임무를 수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모든 것을 총괄하는 지도자가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틀린 지 알려주기 때문에, 그녀는 슈퍼히어로로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다른 사람의 정의'입니다. 그녀는 자기자신의 정의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자란 존재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진실을 찾아 떠납니다.

그녀는 자립합니다. 처음으로 상관의 명령을 어기고, 난생 처음 보는 사람과 협력하고, 지금까지 믿었던 모든 것을 의심해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도, 자신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도 말입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순간, 그녀는 스스로 정의를 결정하고, 자신의 진정한 힘을 일깨웁니다.

캡틴 마블의 매력은 타인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는 것입니다. 본래 지구의 평범한 여성이었던 그녀는 '여자는 파일럿이 될 수 없다'라는 사회의 가치관에 반항하고 파일럿이 되었습니다. 크리 제국의 병사였던 그녀는 크리 제국이 일방적으로 주입한 정의를 믿지 못합니다. 그리고 혼자 낯선 환경에 떨어져 진실을 찾아 헤맵니다. 그녀는 '이것은 안 된다.', '저것은 안 된다'라고 자기들의 입맛에 맞춘 가르침을 주는 타인들을 거부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이 가능한지 스스로 찾아냅니다. 그녀는 MCU에서 가장 자유로운 히어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반부가 많이 아쉽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에 의구심을 품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상관들에게 매우 충성하는 인간으로 그려졌습니다. 이런 모습은 그녀를 매우 단순한 인간으로 보이게 만들 뿐더러, 중반부터 나오는 그녀의 자립심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녀가 어째서 제대로 된 설명도 해주지 않는 상관들을 그렇게 믿었는지 좀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 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악당과 비교됩니다. 그는 자신의 위선적인 면이 진실이라고 주인공들이 믿게 할 만큼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반면 <캡틴 마블>에 나오는 상관들이 캡틴 마블을 대하는 태도는 단순하기 짝이 없어서 매력이 없습니다. 이래서는 그들이 영악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어리석은 것으로밖에 안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