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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영화 이야기
<토르: 라그나로크> - 이제 토르는 '아스가르드'가 아니라 '모두'의 영웅이다 본문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에서 말하는 세계의 멸망입니다. 이 단어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고, 이제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 사람들까지 뜻을 아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신들이 죽고 세계가 가라앉는 광경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토르: 라그나로크>는 토르가 악당을 화끈하게 때려잡는 영화가 될 수 없습니다. 이 영화는 '라그나로크'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은 강대한 토르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운명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제목 값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는 토르가 끝없이 위기에 몰립니다. 영화의 3분의 1도 가기 전에 토르는 거의 모든 것을 잃습니다. 우선 가장 신뢰하는 무기인 묠니르를 잃습니다. 제대로 된 싸움도 못해보고 우주로 내동댕이 쳐집니다. 토르를 눈 깜짝할 새 박살낸 헬라는 이어서 아스가르드의 모든 병력을 학살합니다. 그리고 지옥의 군대를 부활시켜 나머지 여덟 왕국도 점령할 준비를 합니다. 파격적인 전개와, 단신으로 군대를 몰살시키고 비행선을 격추시키는 경악스러운 액션을 통해, 헬라는 막을 수 없는 재해와 같은 인상을 안겨줍니다.
머나먼 우주 행성에 떨어진 토르는 노예 검투사로 전락합니다. 아스가르드는 시시각각 멸망으로 치닫는데, 이길 방도는 커녕 돌아갈 수단도 마땅찮습니다. 그보다 제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말하는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의 라그나로크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북유럽 신화에서 라그나로크는 온 세계의 멸망을 말합니다. 하지만 <토르: 라그나로크>에서는 아스가르드의 멸망만을 뜻합니다. 아스가르드는 라그나로크를 막을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토르는 아스가르드가 아닌 곳에서 동료와 무기를 찾아냅니다. 아스가르드에서 추방당한 동생 로키, 지구에서 온 헐크, 아스가르드를 떠났던 발키리, 그밖에도 사카르 행성의 무기와 검투사들의 조력을 얻습니다.
<토르: 천둥의 신>과 <토르: 다크 월드>에서 토르는 줄곧 '아스가르드의 영웅'이었습니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는 지구를 위해 싸우기는 했지만, '지구의 영웅'이라는 인식을 주지는 못했지요. 전투가 있을 때만 지구에 왔다가 바로 갔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아스가르드의 영웅'이라는 아이덴티티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헬라는 아스가르드 전체보다 강하며, 토르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아스가르드의 영웅이었습니다. 헬라를 막기 위해서 토르는 처음으로 '아스가르드'에 없는 자신의 힘을 찾아야 했습니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토르는 아스가르드로부터 독립합니다. 아스가르드에서 받은 무기를 잃고, 왕자의 지위를 잃고, 동료와 부하들을 잃습니다. 토르가 아스가르드에서 받은 모든 것을 잃습니다. 그러나 토르에게는 구해야 할 사람들이 있었고, 그래서 영웅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는 아스가르드에서 받지 않은 힘을 일깨우고, 아스가르드에서 만나지 않은 동료들을 얻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어떤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은 토르가 진정으로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라면 아스가르드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로써 토르는 '아스가르드의 영웅'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영웅'으로 거듭납니다.
이 영화는 '막을 수 없는 재앙'인 라그나로크와,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하는 영웅' 토르의 매력을 동시에 살려야 했습니다. 도저히 같이 넣을 수 없는 테마로 보입니다. 그러나 토르는 발상의 전환을 해냅니다. 토르는 아스가르드를 구할 수는 없지만 다른 것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진정으로 구해야 할 것은 국가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입니다. 이렇게 토르는 구할 수 없는 것과 구해야 할 것을 취사선택하는 결정으로 모순을 해결합니다. 그리하여 관객들은 세계의 멸망을 다룬 '재난 영화'의 장엄함과, 영웅이 사람들을 구해내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통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양쪽의 간극을 메워주기 위해 장면 사이마다 삽입된 특유의 코미디 덕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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