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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 천지를 뒤집을 수 있는 마법, 천지를 올바르게 바로잡는 마법사 본문

영화 감상 이야기/MCU 이야기

<닥터 스트레인지> - 천지를 뒤집을 수 있는 마법, 천지를 올바르게 바로잡는 마법사

오늘의박쥐 2019. 5. 29. 15:45

<닥터 스트레인지>는 MCU 영화 중에서 가장 현란하고 장대한 비주얼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관객들이 여지껏 보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토르> 시리즈에 나오는 환상 세계가 아닙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에 나오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런던과 뉴욕의 도시 풍경입니다. 그런 평범한 세상을 비틀어서 보여줍니다. 건물이 갈라지고, 뒤집어지고, 위아래가 바뀌고, 여럿으로 분열되고, 거리와 시간의 개념이 뒤집힙니다. '천지가 뒤집히는 충격'이라는 말이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비유가 아닌 것입니다.

실제로 주인공인 스트레인지가 겪는 상황도 그러합니다. 그는 뛰어난 의사였습니다. 그래서 의사답게 세상을 과학으로만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사고를 겪고 손을 잃으면서 의사의 길이 끊깁니다. 자신이 아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손을 되찾으려고 하지만 실패합니다. 그는 상식을 벗어난 길을 찾아야만 했고, 그리하여 마법의 세계에 입문합니다. 그곳의 가르침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됩니다.

남다른 지혜를 지닌 스트레인지는 빠르게 성장합니다. 그에게는 점차 가능한 것이 많아집니다. 공간을 뒤집고 유체이탈을 시도하며, 마침내는 시간마저 되돌립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단순한 마법 연구소에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지키기 위한 마법사들의 전쟁 기지에 온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의사였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말입니다. 스트레인지는 이 이상 발을 내딛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갈등합니다. 여기서 멈추고 의사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더욱 정진하여 위대한 마법사가 될 것이냐. 그에게는 양자택일의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이런 식의 선택지는 이후로도 이어집니다. 가능과 불가능, 현실과 환상. 그 둘의 경계를 넘을 것인지 말 것인지 <닥터 스트레인지>는 끝없이 제시합니다. 경계를 넘지 않는 자,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자, 양쪽의 균형을 지키는 자들을 보면서 스트레인지는 끝없이 시련에 빠집니다. 그 사이에서 올바른 선택을 찾아가면서 스트레인지는 슈퍼히어로로 거듭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관객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보여주는 것을 장점으로 삼는 영화입니다.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영적 체험을 가능케 하는 환상 말입니다. 그 환상은 불가능이란 속박에서 탈출하는 해방감을 안겨줍니다. 동시에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런 환상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논리를 만들어냅니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마법은 불가능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세계'와 '또 다른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와 동료들은 '우리의 세계'의 경계를 지키는 역할을 맡은 수호자입니다. 어떤 불가능한 일도 해낼 수 있는 마법사의 매력과, 그 힘을 결코 남용하지 않는 슈퍼히어로의 매력을 동시에 갖춘 '닥터 스트레인지'의 매력은 몽환적인 영상미와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를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다 좋은데 마무리가 아쉽습니다. 어디까지 경계를 넘어도 되고 안 되는지 <닥터 스트레인지>는 끝까지 결론을 내놓지 않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모르도는 스트레인지가 지나치게 경계를 넘었다고 지적하는데, 스트레인지는 아무 반박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르도의 말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앞으로의 영화에서 둘의 대립을 다루면서 결론을 낼 의도일 테지만, 그 탓에 첫 편인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는 찝찝한 결말을 남기고 맙니다. 2편은 부디 3편으로 문제를 미루는 결말을 내지 않고 완성된 주제의식을 보여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