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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우주 한복판에서 팝송을 외치는 아웃사이더는 어떻게 팀을 만들었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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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우주 한복판에서 팝송을 외치는 아웃사이더는 어떻게 팀을 만들었나

오늘의박쥐 2019. 5. 27. 14:26

우주 한복판에서 지구의 고전 팝송들을 듣다. 그것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입니다. 주인공 스타로드는 이제 지구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든 워크맨을 들고 다니며 70년대에 유행했던 팝송을 듣고 다닙니다. 그러면서 외계 행성의 비밀 유적을 돌아다니고, 우주 감옥을 탈옥하며, 외계인 여자에게 작업을 걸고, 마침내는 사악한 우주 빌런이 행성을 파괴하려는 순간에 노래를 부르고 댄스 배틀을 신청합니다. 우주의 중심에서 팝송을 외치는 영화지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드넓은 우주에서 다양한 외계인과 외계 문명들이 한데 얽혀 싸우는 장르입니다. 모든 영화 장르 중에서도 가장 광활하고 미래적인 세계를 다룹니다. 그 한복판에 지구의 고전 팝송을 듣는 사나이가 있습니다. 저렇게 천차만별인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스타로드의 노래와 춤을 알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서만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스타로드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그는 외계인들 한복판에서 팝송을 듣고 부릅니다. 이제는 지구에서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노래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영화에는 스타로드를 빼고도 네 명의 아웃사이더들이 더 나옵니다. 가모라, 드랙스, 로켓, 그루트 역시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무법자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그들이 서로 싸우다가 감옥에 갇히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구제불능의 악동들이며 존경할 구석이라고는 없는 얼간이들인지를 설명합니다. 그 설명에는 한 치의 거짓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도회지 한복판에서 난동을 부리는 꼴을 관객들이 직접 봤으니까요.

그들은 위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제멋대로 구는 악동들일 뿐입니다. 별로 강하지도 않습니다. 속임수와 범죄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작자들입니다. 더구나 고집불통입니다. 사회에 녹아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협조하지도 못합니다. 그 탓에 몇 번이고 모든 것을 말아먹을 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힘을 합쳐 악당을 막고 은하계를 구합니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한 곳에 있었고, 그들 앞에 같은 위기가 닥쳤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힘을 합칠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렇게 억지로 합쳤으니 마음이 통할 리가 없습니다. 사사건건 부딪힙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서로의 목숨 걸고 지키며 유대감을 쌓고, 마지막에는 함께 힘을 합쳐 승리합니다. 그것 역시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 모두 지금까지 혼자였다가 처음으로 타인과 함께 하는 유대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스타로드는 어릴 때 지구를 떠난 뒤로 줄곧 은하계의 이방인이었습니다. 다른 4명도 각자의 이유로 고향을 떠나고는 줄곧 외톨이였습니다. 그들이 어쩌다 보니까 하나로 뭉쳤고, 그래서 더욱 큰 일을 해냈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그게 다니까 사실 계속 함께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어벤져스>와 다른 점입니다. 어벤져스에서는 언제고 다시 위기가 닥쳐올 수 있었고, 따라서 어벤져스는 계속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어벤져스는 지구라는 하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한 조직입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그냥 눈앞에 닥친 한 번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뭉친 집단입니다. 용건이 끝났으니 이제 헤어져도 됩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시 함께 우주선에 올라탑니다. 줄곧 외톨이로 떠돌았던 그들이 처음으로 소속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제 아무한테도 이해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혼자 떠돌지 않아도 됩니다. 비록 떠도는 것은 마찬가지고, 여전히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다투겠지만, 그들에게는 같이 함께 할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선에 올라 탄 5명 중에서 달리 갈 곳이 있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광활한 세계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괴짜들의 이야기입니다. 세계화 시대에서 갈 곳을 잃고 헤매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SF식으로 표현한 작품이지요. 수십 년 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어설픈 분장들이 조금 눈에 거슬리고, 지나치게 많은 등장인물과 외계 행성들이 나와서 설정이 어렵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영화 고유의 매력은 잘 갖췄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는지, 1~2편 모두 눈에 띄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만약 한국이 좀더 개방적인 다문화 사회가 된다면 그때 재평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