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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 - 인간은 커지지 않아도 영웅이 될 수 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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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 - 인간은 커지지 않아도 영웅이 될 수 있다

오늘의박쥐 2019. 5. 28. 22:13

사람들은 간혹 '보이지 않는 영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주로 소방관이나 자원봉사자들을 비유해서 그렇게 부릅니다. 그런데 <앤트맨>는 글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영웅'을 다룬 영화입니다.

앤트맨은 작은 영웅입니다. 너무나도 작아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슈퍼히어로입니다. 슈퍼히어로는 강하고 위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작은 것은 보통 약하고 초라합니다. 그러니 개미처럼 작은 앤트맨이 슈퍼히어로라는 것은 언뜻 어불성설입니다.

실제로 앤트맨 스콧 랭은 매우 무력한 인간입니다. (여기서 '무력하다'라는 것은 기력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아무 힘이 없이 약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는 전과자이며 가난뱅이고 이혼당한 남편입니다. 그가 지닌 것은 고작 좀도둑 기술 뿐입니다. 슈퍼히어로가 되기 어울리는 인간상은 결코 아닙니다.

비슷한 히어로로 '캡틴 아메리카'가 있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에서 스티브 로저스는 캡틴 아메리카가 되면서 덩치가 커지고 매우 강해졌습니다. 그러나 '앤트맨'은 그렇지 않습니다. 앤트맨으로 변신하면서 스콧은 오히려 더국 작아지고 어설퍼집니다. 사람들에게 밟힐 뻔했다가, 환기구를 통해 기어가다가, 개미를 타고 날아가는 등, 초라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한 방법으로 싸워나갑니다. 마지막에는 토마스의 장난감 기차 위에서 결전을 벌입니다. 혼자서 벼락을 불러내는 토르나 수십 대의 로봇 슈트를 불러내던 아이언맨, 혼자 힘으로 전투기를 격추하던 캡틴 아메리카와 비교하면 말 그대로 코끼리 발에 채이는 개미와 다름없습니다. 앤트맨이 그들과 같은 슈퍼히어로라고는 믿기지가 않을 지경입니다.

그러나 앤트맨은 자신이 슈퍼히어로임을 증명합니다. 우선, 올바른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힘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스꽝스러워 보이고, 눈에 띄지 않지만, 그것은 분명히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힘입니다. 결국 앤트맨은 부패한 기업인이 테러 조직에게 기술을 넘기는 것을 막아내고, 악당의 위협에서 딸을, 그리고 시민들을 구해냅니다.

앤트맨은 아이언맨이나 토르, 캡틴 아메리카처럼 강력하고 위대한 슈퍼히어로는 아닙니다. 그러나 작고 약한 변변찮은 인간이, 작고 약하고 변변찮은 모습 그대로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인간이 영웅이 되기 위해서 꼭 커질 필요는 없습니다. 작아져도 됩니다. 그것이 <앤트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