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의 영화 이야기

<보헤미안 랩소디> - 위대한 밴드를 담은 위대하지 못한 영화 본문

영화 감상 이야기/21세기 영화 이야기

<보헤미안 랩소디> - 위대한 밴드를 담은 위대하지 못한 영화

오늘의박쥐 2018. 12. 15. 00:01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보헤미아 랩소디>를 봤습니다.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의 리더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다룬 영화입니다.

브라이언 싱어를 일약 스타덤에 띄워준 영화는 <유주얼 서스펙트>입니다. 그 영화는 확실히 잘 만들긴 했습니다만 제 마음에는 별로 안 들었어요. 놀라운 스토리긴 했지만 그것 말고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번 <보헤미안 랩소디>도 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봉한지 한 달이 넘도록 이게 예매 1순위에서 안 떨어지더군요. 대체 뭐기래 다들 그렇게 보나? 궁금해서 보러 갔습니다.

음... 확실히... 그 많은 사람들이 보러 갈 만한 흡입력을 가진 영화입니다. 맞긴 한데...

각본 쓴 사람 누굽니까... 대체 중학교 교과서에서 나온 것 같은 저 심플한 대사들은 뭐에요... 이놈들은 뭘 칭찬할 때 쓰는 말이 ‘좋아 보인다’밖에 없나여. 어휘력이 너무 모자란 거 같아요.

그리고 편집이 뭐 이 따위죠. 장면 간의 연결이 개판이고, 쓸데없는 러브신이나 개그신으로 몇 분을 때우다가 정작 중요한 사건은 막 가위질하고, 호흡이 엉망입니다. 쉬어야 할 때 정신없고, 달려야 할 때 질질 끌어요. 그리고 어색한 침묵이 너무 많고요. 이놈들 다들 말하다 질질 끄는 버릇 좀 고칠 수 없나요?

하지만 그런 건 다 참아줄 수 있어요. 좋은 영화라면 그런 단점 정도는 눈 감아줄 수 있죠. 근데 이 영화는 안 좋은 영화에요. 개성이 없거든요.

영화가 대체 뭔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군요. 프레디의 인생역정이라고 하기에는 프레디의 성장 배경에 관한 내용이 부실하고, 음악 영화라고 하기에는 러브신이 너무 많아요. 퀸 멤버들의 인간관계를 다룬 영화라고 하기에는 프레디 이외의 멤버들의 비중이 없고. 사실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에는 감성적인 장면이 너무 많네요.

아무튼 뒤죽박죽이에요.

그리고 제목은 왜 ‘보헤미안 랩소디’인 거죠?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 안에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만. We are the champion을 부르면서 끝났으니 그게 제목이어야 하지 않나요?

정말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를 영화입니다.

그럼 재미 없었느냐? 아뇨. 다시 말하지만 대단한 영화이긴 했습니다. 뭐가 대단했느냐? 라이브 신이요. 라이브 신은 진짜 잘 찍었어요. 무대를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떨치는 프레디 머큐리. 그에 호응하며 일심동체로 움직이는 관객들. 로저 테일러와 브라이언 메이가 직접 참여한 완벽한 OST. 모든 것이 한 데 어우러져서 회오리처럼 휘몰아칩니다.

진짜 굉장해요. 저걸 보면 표값이 아깝다는 생각을 못한다니깐.

결론은 ‘라이브 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쿨쿨 졸다가 라이브 나오면 열광해라’라는 겁니다.

영화 내용은 좋은데 영화가 나쁠 수도 있습니다. 이건 그런 영화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