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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이야기/21세기 영화 이야기

<어른제국의 역습> - 그렇게 명작인가...?

오늘의박쥐 2018. 11. 29. 00:27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최고 명작으로 불리는 <어른제국의 역습>을 봤습니다. 글쎄요... 그렇게 명작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뭐 재미 있긴 했습니다. 잘 만들었다는 것도 인정하고요. 주제의식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최고의 극장판이란 생각은 안 드네요. 전 <로봇아빠의 역습>이나 <태풍을 부르는 노래하는 엉​덩이 폭탄>이 훨씬 좋아요.

일단 전반에 깔려있는 ‘20세기를 향한 향수’라는 부분이 그닥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철 들기 전에 21세기를 맞아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20세기가 그렇게 좋은 시대였던가요? 지금보다 못하면 못했지 딱히 나았던 것은 없던 것 같은데요.

그야 21세기에 와서 늘어난 문제도 많지요. 옛날보다 사람들 마음이 각박해지고 우울증 환자도 늘었습니다. (저 본인도 우울증을 앓고 있고요.) 하지만 나아진 것도 많잖아요? 기술도 발전했고, 장애인 편의 시설도 늘었고, sns로 대중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고, 육아휴직도 보장되고... 뭐, 그런 것들이요.


애초에 저 이상한 남녀는 왜 21세기를 싫어하는 거죠? 잘 모르겠어요. 그 정도는 설명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21세기에 와서 삶이 망가졌다든가, 가족을 잃었다든가, 꿈을 포기해야 했다든가. 그런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21세기는 추악하다. 20세기에는 사람들 마음에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라는 두리뭉술한 말밖에 없어요. 대체 21세기에 와서 구체적으로 무슨 안 좋은 사건이 있었는지 전혀 말을 안 해줍니다.

작중에서 나오는 20세기의 좋은 점이라고 해봐야 엑스포, tv프로, 목가적인 풍경 정도인데... 그런 건 21세기에도 있잖아요? 21세기에도 엑스포는 열리고, 아이들을 위한 히어로물과 마법소녀물이 나오고 있어요. 차도 달리고 동네 상인들도 물건을 팔러 다녀요. 지금 와서도 다 있는 거라고요.

이 영화의 주제는 ‘20세기가 아무리 좋아도 우리는 21세기에서 살아야 한다’라는 건데... 다시 말하지만 전 20세기가 더 좋았던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21세기에 살아야하는 건 동의해요. 하지만 그건 그냥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21세기니까 21세기에서 살아야지요. 21세기는 20세기보다 나쁠 것이 딱히 없어요. 20세기가 아닌 21세기에 사는 것을 안타깝게 여길 필요가 없다고요.

저한테는 당연한 말을 하려고 80분을 끄는 영화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는 인간이어서 그럴까요?

저는 옛날부터 ‘향수를 자극한다.’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옛날이 지금보다 아름답거나 고결한 시대였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옛날에는 옛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었고, 지금은 지금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종합적으로 어느 쪽이 더 나은 시대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죠.

그리고 저는 어느 쪽도 관심이 없습니다. 20세기가 더 좋지도 않고, 21세기가 더 좋지도 않아요. 그냥 20세기에 태어났으니까 20세기에 살았고, 21세기가 되었으니까 21세기를 살고 있습니다. 그것 뿐이예요. 5세기나 17세기에 태어났다면 그 시대를 살았을 거고, 22세기나 101세기에 태어났다면 역시 그냥 살았을 겁니다.

제가 이런 인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 것. 그것은 확실히 <어른제국의 역습> 덕분입니다. 그 점에서는 볼 가치가 있기는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