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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영화 이야기
<킬 빌> - 오직 '처절함'을 보기 위한 영화 본문
보스의 아이를 임신한 암살자. 그녀는 조직에서 도망쳐서 평범한 삶을 살려고 한다. 그러나 새로운 터전을 찾아 결혼식을 앞두고, 식장에 들어온 옛 보스의 부하들이 총탄 세례를 퍼붓는다. 모든 것을 잃은 암살자는 복수를 위해 칼을 든다. 타깃은 다섯 명. 보스의 부하 4명과, 그리고 보스 '빌'이다.
이것이 스토리의 얼개입니다. 한 여자가 일본도 한 자루 들고 마피아를 쓸어버리는 복수혈전. 그것이 <킬 빌>입니다.
이것은 오락영화입니다. 스토리는 알기 쉬운 복수극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습니다. 주인공은 명쾌한 원한을 품고 있습니다. 적들은 무도한 범죄자들이므로 죽어 마땅합니다.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전혀 없지요. 그저 주인공이 악당들을 해치우기 위한 치열한 대결을 감상하면 됩니다.
그런데 오락영화라고 했지만, 결코 유쾌하거나 통쾌한 영화란 뜻은 아닙니다. 그런 영화를 기대한다면 다른 작품을 틀어야 합니다. <킬 빌>은 화끈한 액션 영화지만, 동시에 사납고 처절합니다. 주인공은 영화 내내 안전한 순간이 없습니다. 주인공은 항상 혼자고, 적들은 대비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칼 한 자루와 무술만 사용하며 모든 위기를 물리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수십 명의 적을 혼자 상대하기도 하고, 샷건에 맞아 쓰러지기도 하고, 생매장을 당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결국은 주인공이 이기겠지.'라고 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총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은퇴한 장인이 만든 명검과, 은둔고수에게 전수받은 무공술을 씁니다. 물론 허무맹랑한 설정입니다. 그러나 그런 설정 덕분에, 주인공이 멀리서 탄환을 퍼붓는 대신에 적의 눈앞으로 뛰어들어 칼을 휘두르거나 손가락을 꽂아넣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총으로는 그런 장면을 연출할 수 없습니다. 주인공과 악당들이 터미네이터가 아닌 이상에야, 총을 한두 방만 맞으면 끝장나니까요. 숨소리가 들리는 지근거리에서 날붙이를 휘둘러야만 혈투를 묘사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혈투를 보고 싶은 관객을 위한 영화입니다. 단순히 피가 뿜어지는 전투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를 반드시 죽이려고 하는 두 사람이, 한 발짝 앞에서 마주보며, 대체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처절한 대결을 보기 위한 영화입니다.
물론 이기는 것이 누구인지는 뻔합니다. 제목이 '킬 빌'이니까요. 이 영화는 '빌을 죽이는' 이야기입니다. 빌에게 죽는 이야기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목이 '킬 빌'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빌이 어떤 인물인지는 수수께끼입니다. 빌은 주인공이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있는 동안 내버려두고, 병원에서 깨어나서 자신을 죽이러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손도 쓰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결혼식장에 난입해서 가차없이 총을 쏟아부은 잔인한 인물이 말입니다. 이런 모순적인 면 때문에 관객들은 빌이 어떤 인물인지 종잡을 수 없고, 그래서 주인공이 빌과 만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이 영화는 빌을 죽이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빌은 주인공이 자신을 죽이러 오는 것을 알고 기다립니다. 일견 모순된 행동처럼 보이지만, 데이비드 캐러딘의 근엄한 연기와 감독의 치밀한 연출은 그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님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빌의 부하 4명을 죽이는 과정의 처절함은 최후의 적이 될 빌의 공포를 다져줍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빌을 죽이는 순간까지 영화를 멈추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빌과 싸우는 라스트 신에서 주인공이 겪는 처절함은 정점에 달합니다. 피 튀기는 싸움 때문이 아닙니다. 싸움은 오히려 비교적 조용합니다. 이번에 겪는 것은 정신적인 처절함입니다. 빌은 어째서 자신이 주인공에게 그런 만행을 저질렀는지, 왜 지금까지 기다렸는지를 전부 고백합니다. 주인공은 전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복수가 시작된 이상 멈출 수 없었고, 그래서 칼을 들고 빌과 싸워야 합니다.
빌만이 아니라 앞서 4명의 부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는 적들의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상영 시간 대부분을 투자합니다. 관객들은 그들이 어째서 싸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킬 빌>에서 적들이 싸우는 것은 단순한 액션이 아닙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상대를 죽이겠다는 몸부림입니다. 물론 주인공도 같은 의사를 담아 검을 휘두릅니다. 그 처절함은 승리하고도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증폭되며, 끝날 때까지도 해소되지 않습니다. 그저 '삶은 처절하다'라는 사실만 확인하게 될 뿐입니다. 그것을 목격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킬 빌>에 푹 빠지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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