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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 그냥 사람을 죽였을 뿐인 이야기

오늘의박쥐 2018. 12. 24. 16:29


<이방인>은 제가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혼란스런 생활을 하던 주인공이 낯선 알제리인을 살해하고 법정에 서게 되는 내용입니다. 법정에서 주인공이 살해 동기를 두고 ‘햇빛이 눈부셔서’라고 대답한 부분이 매우 유명합니다.

카뮈의 문장은 매우 무덤덤하고 관조적이기로 악명 높습니다. 그 정점인 <이방인>은 역사상 가장 다종다양한 해석이 난무하는 소설 중 하나고요.

이 소설에서 눈에 가장 띄는 것은 주인공 뫼르소의 무덤덤한 태도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사람을 죽일 때도, 자신이 사형 판결을 받을 때도, 이 인간은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없다는 듯이 무덤덤합니다. 이 세상 어떤 사람도 저 셋 중에 하나라도 겪으면 충격을 받을 텐데 말입니다.

뫼르소가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여기에 대해 수많은 문학 전공자들이 오늘날까지 온갖 입씨름을 하며 이렇다 저렇다 합니다만... 글쎄요. 이유 같은 건 없을 겁니다. 뫼르소는 그저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뿐입니다.

본인도 그걸 알고 있었겠지요. 그냥 어쩌다 보니까 어머니가 죽었고, 어쩌다 보니까 내가 사람을 죽였고, 어쩌다 보니까 내가 사형을 당하는구나. 그렇다면 뭐 그런 거겠지. 그게 뫼르소의 심정이었을 거에요.

인간이 죽는데 이유가 필요할까요?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데 이유가 있는 걸까요? 고양이가 생쥐를 죽이는 것에 이유가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남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것뿐이에요.

카뮈도 그렇게 생각해서 <이방인>을 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카뮈가 무슨 의도로 <이방인>을 썼는지는 생각할 필요 없지 않을까요? 카뮈는 어쩌다가 <이방인>을 쓴 것뿐이니까요.

꽤 혼란스러운 글이 됐군요. <이방인>은 복잡하지 않은 소설인데도 읽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왜냐면 삶과 죽음의 문제를 너무 간단하게 말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독특한 시선을 체험해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릴 만한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