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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프란츠 카프카) - 어느날 소외당하는 이를 위한 우화

오늘의박쥐 2018. 12. 16. 21:42


​‘어느날 아침 뒤숭숭한 잠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저는 자신이 기괴한 갑충으로 변한 채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깨달았다.’

엄청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 ‘변신’입니다. 저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충격을 안겨준 소설 중 하나에요.

책 내용은 저 문장 그대롭니다. 잠저라는 남자가 어느날 벌레로 변합니다. 징그럽고 쓸모없는 벌레가 된 잠저는 가족에게 버림받습니다. 그리고 끝.

이 심플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공포심을 반영한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내가 어느날 쓸모없는 존재가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입니다.

학생이라면 이런 고민을 했을 겁니다. ‘어느날 성적이 확 떨어진다면?’ ‘친구들에게 버림 받는다면?’ ‘커서 아무것도 못한다면?’ 사회인이라면 이런 고민을 했을 거고요. ‘어느날 정리해고 당한다면?’ ‘사기 당해서 돈을 다 날린다면?’ ‘가족에게 버림받는다면?’

변신은 그런 불안감을 끄집어내 비유적으로 표현한 소설인 것 같아요. 언제라도 내가 쓸모없는 존재로 변해서 버림받을 지고 모른다는 불안감. 그 불안이 현실이 되었을 때, 나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 소설에서 묘한 점은 잠저 가족의 태도입니다. 잠저가 갑자기 기괴한 벌레의 모습으로 변했는데, 가족들은 그게 누구인지 다 알아봐요. 잠저가 자기소개를 한 적도 없는데 말이지요. 누군지 묻지도 않고 자기 아빠, 남편이라고 이해하고는 밥을 갖다줍니다. 징그럽다고 생각하며 기피하지만 어쨌든 버리지는 않아요.

이런 태도는 사실 진짜 벌레를 상대하는 태도라기 보다는 집안에서 취직도 못하고 빈둥거리는 쓰레기 인간을 상대하는 태도 같지 않나요? 그래서 저는 이게 일종의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진실은 카프카만 알겠지요.

여러분은 인간인가요, 벌레인가요? 여러분 본인이 아니라도 혹시 주위에 잠저처럼 벌레 취급당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나요? 인간이 어느날 갑자기 벌레 취급당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랍니다. 카프카는 그것을 생각하며 <변신>을 쓰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