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의 영화 이야기

<프레스티지> - 화려한 무대 뒤편에는 보기 싫은 진실이 있다 본문

영화 감상 이야기/크리스토퍼 놀란 시리즈 이야기

<프레스티지> - 화려한 무대 뒤편에는 보기 싫은 진실이 있다

오늘의박쥐 2019. 7. 20. 13:02

<프레스티지>는 두 마술사가 서로의 삶을 파괴하기 위해 온갖 중상모략을 동원하는 이중 복수극입니다. 인기를 끌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하고, 다른 사람을 짓밟아야 하는 공연가들의 냉혹한 삶을 극적으로 그려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누구나 머리가 매우 아플 것입니다. 놀란 감독이 좋아하는 '교차 편집'이 과하게 들어갔습니다. 이 정도로 시간 순서를 잔뜩 꼬아놓은 영화는 <메멘토> 이래 처음 봅니다. 그나마 메멘토는 스토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교차 편집이 분명히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시간 순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과거 편은 흑백으로 처리했고, 현재 편에는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넣어서 상황을 해설해줬습니다. 그러나 <프레스티지>는 교차 편집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는데 쓸데없이 순서를 뒤섞어서 이해하기만 어려워졌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해설도 없기 때문에 관객들은 순서가 바뀐 건지 아닌지 알아차릴 수가 없습니다. 쓸데없는 연출로밖에 안 느껴집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내용만 나오다가, 중간쯤부터 갑자기 공상과학 기술이 등장합니다. 갑자기 영화의 장르가 바뀐 겁니다. 중반까지만 해도 미스터리+스릴러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황당합니다. '이런 불가능한 상황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냈을까?'라고 궁금증을 유발해놓고, 정답은 '불가능한 과학 발명품'이라고 해놓으니 말입니다.

이렇듯이 만듦새는 썩 좋지 못합니다만, 영화의 영상미와 줄거리는 볼 만 합니다. 진짜 마술쇼를 구경하는 것처럼 무대 장치에 많은 공을 들였으며, 한편으로는 더욱 새롭고 화려한 마술을 마련하기 위해 심신 양면으로 고생하는 마술사들의 이면도 꼼꼼히 표현합니다.

언제나 진실을 숨기며 살아야 하고, 거짓된 모습을 대중 앞에 소개해야 만 하는 마술사들의 고뇌를 다룬 것이 가장 신선했습니다. 두 마술사는 항상 남들을 기만하고 살아간 결과, 가족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며 살아갑니다. 갈 수록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어집니다. 그들은 쇼를 위해서 진짜 삶을 희생합니다. 가족들과 사이가 틀어지고, 자기의 심신을 깎아내며, 더러운 수단으로 상대방을 몰락시킵니다.

<프레스티지>는 '사실 여러분은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기를 바랍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끝납니다. 우리는 그저 깜짝 놀랄 만한 쇼를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프레스티지>라는 영화는 쇼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죄다 폭로하는 내용입니다. <프레스티지>는 겉으로 화려한 무대의 뒤편에 감춰진 어둠을 드러내는 묘미로 보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