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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영화 이야기
<다크 나이트 라이즈> - '어둠의 기사'를 영원한 이야기로 만들기 위한 대단원, 그러나 부실한 대단원 본문
<다크 나이트 라이즈> - '어둠의 기사'를 영원한 이야기로 만들기 위한 대단원, 그러나 부실한 대단원
오늘의박쥐 2019. 6. 2. 21:23<다크 나이트>로부터 8년, 고담 시에서 마피아가 소탕되었습니다. 배트맨은 이제 나타나지 않고, 나타날 필요도 없습니다. 원하던 대로 고담 시를 개혁했지만, 브루스에게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실의에 빠진 브루스 앞에, 배트맨에게 원한을 가진 그림자 동맹의 잔당들이 나타납니다. 그들은 브루스에게 남은 모든 것을 빼앗으러 왔습니다. 그림자 동맹의 베인은 압도적인 힘으로 브루스를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사회 드라마에 가까웠던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에 비해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정통 슈퍼히어로 영화에 가깝습니다. 베인은 조커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갖고 장난치지 않습니다. 그냥 압도적인 힘으로 박살냅니다. 베인의 무자비한 공격 앞에서 고담 시는 단숨에 무너집니다.
이길 방도가 보이지 않는 궁지에 처한 브루스는 다시 일어서고자 합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베인은 그에게서 모든 것을 뺏어갔습니다. 이제 브루스는 첨단 장비로 무장한 배트맨이 아닙니다. 그저 힘 없는 인간일 뿐입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 무력감은 브루스에게 옛 기억을 일깨웁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아직 배트맨이 되기 이전, 자신에게는 아무 힘도 없다고 느꼈던 무력감 말입니다. 그러나 그때도 그를 구해줬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브루스는 그때를 떠올리며 다시 배트맨이 되어 싸움터로 뛰어듭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홀홀단신으로 고담 시의 모든 범죄자와 맞서기 위해 싸우러 갔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주제의식은 <다크 나이트>보다는 <배트맨 비긴즈>와 더 밀접합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사회가 범죄를 구제하지 못할 때는 초법적인 영웅의 존재가 필요함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초법적인 영웅을 필요로 할 정도로 막장이던 고담은 <다크 나이트>를 거쳐 정상적인 도시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세상은 배트맨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베인의 습격으로 인해 고담은 순식간에 <배트맨 비긴즈> 시절보다도 더한 막장 도시로 추락합니다. 위기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으며, 그때마다 세상은 배트맨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그리고 배트맨은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망설이지 않고 돌아올 겁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세상은 배트맨을 잊지 않을 것이고, 배트맨이 없어지더라도 누군가가 배트맨의 뒤를 이을 것을 증명합니다.
영화의 핵심적인 주제의식은 시각적인 연출을 통해 잘 표현되었습니다. 도시의 대규모 폭발 장면을 통해 위기감을 조성하고, 브루스의 탈출 장면을 통해 죽음과 싸우는 각오를 부각하며, 마지막의 부상 장면을 통해 영화가 끝나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는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뛰어난 촬영을 주제와 연결하는 능력을 어김없이 발휘한 덕분입니다.
그러나 각본이 문제입니다. 브루스 웨인 개인이 재기하는 과정은 개연성 있게 짜여졌지만, 그를 재기하게 만드는 악당들의 행보가 작위적입니다. <배트맨 비긴즈> 같이 막장 치안이었던 시절도 아니고, 경찰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 현대 도시에서 그림자 동맹 같은 테러 집단이 도시를 저렇게 쉽사리 파괴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일을 해냈던 테러 조직이 후반에는 우왕좌왕하다가 삼십 분도 안 걸려 무너집니다. 고담 시를 무너뜨린 그림자 동맹과 배트맨의 힘 앞에 몰락하는 그림자 동맹이 같은 조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목적이 불분명합니다. 이들은 <배트맨 비긴즈>에서 죽은 그림자 동맹의 수장 라스 알 굴의 과업을 완수하러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라스 알 굴의 과업이란 세계에서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서 고담 시를 불태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고담 시가 범죄의 온상이었으니 라스 알 굴의 행동에 개연성이 있지만, 지금의 고담은 범죄가 소멸한 청렴한 도시입니다. 이제 와서 라스 알 굴의 과업을 들먹일 이유가 없습니다. 심지어 자기들 손으로 고담 시의 범죄자들을 풀어줘서 다시 치안 부재 상태로 만듭니다. 이쯤 되면 라스 알 굴하고 대체 무슨 상관인지 모를 노릇입니다. 그리고 불태울 거면 빨리 태울 것이지 일부러 5개월이나 시간을 끄는 이유도, 폭탄이 터지기 직전까지 도시에 남아서 자기들까지 자폭하려는 이유도 불명입니다. 이들에게는 라스 알 굴이나 조커 같은 철학이 없습니다. 그저 배트맨을 위협하는 적이 필요했기 때문에 억지로 만들어낸 정신병자 집단일 뿐입니다.
이밖에도 각본의 구멍들이 많습니다. 일부는 편집 상의 오류기도 하고, 애초에 고칠 수도 없을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오류도 있습니다. 하도 많아서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의문점들을 정리한 글이나 영상이 쏟아질 정도입니다. 3부작의 마무리를 짓는 대단원의 부실한 각본은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전체의 오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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