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의 영화 이야기

<아폴로 13> - 성공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준 실패 본문

영화 감상 이야기/20세기 영화 이야기

<아폴로 13> - 성공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준 실패

오늘의박쥐 2019. 6. 15. 19:09

실제로 달에 가려다가 사고를 당해 중도귀환했던 아폴로 13호 우주선의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실제 아폴로 13호의 파일럿들이 거의 완벽하게 사실과 일치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해서 만들었습니다. 약간의 드라마 요소가 가미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후 세 번째 달 착륙을 준비하는 우주비행사들. 그러나 세상은 이미 달 착륙에 흥미를 잃은 뒤였습니다. 아쉬움 속에 출발한 비행사들은 나름대로 우주 여행을 즐기면서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러나 달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우주선이 폭발하고, 달 착륙 미션은 갑자기 목숨을 건 귀환 임무로 바뀌게 됩니다.

이 분위기의 반전이 <아폴로 13>의 핵심입니다. 사람들은 인류가 달에 갔다는 사실만 기억합니다. 그 사실만 갖고 마치 인류가 우주를 정복한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주는 위험천만한 곳이고, 한 번의 성공 뒤에는 수많은 실패자들이 있으며, 아무리 단단히 준비를 하고 가도 사소한 오류로 비행사들은 죽을 수 있습니다. <아폴로 13>은 우주의 험난함을 새삼스레 깨우쳐주는 영화입니다.

사고 직후부터 두 가지 사실이 비행사들을 괴롭힙니다. 임무를 포기해야 한다는 안타까움과,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입니다. 달을 지나치는 순간에 비행사들의 안타까움은 최고에 이릅니다. 아예 오지도 못했다면 모를까, 바로 코앞을 지나치면서도 착륙은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미련에 부채질합니다. 그러나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안타까움을 뒤덮습니다. 그들은 달 착륙을 위해 만들어진 장비들을 살기 위한 장비로 써야 합니다. 잘 풀릴 리가 없습니다. 문제는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러나 다른 선택지는 없습니다. 그들은 도우러 올 사람은 커녕, 공기 한 점조차 없는 우주 공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기어코 지구에 귀환합니다. 그들은 실패했지만, 성공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실패였습니다. 아폴로 11호가 우주에 갔을 때, 인간들은 자신들이 달에 손쉽게 갈 수 있다고 믿어버렸습니다. <아폴로 13>의 초반부에도 마치 달 탐사가 시시한 일이라도 되는 것마냥 다들 관심을 잃은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아폴로 13의 실패는 달에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 지를 다시 한 번 체감하게 하는 동시에, 달 코앞에서 사고가 나도 돌아올 수 있는 인간의 능력도 보여줍니다. 아폴로 13호는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가르쳐주는 모범적인 사례이며, <아폴로 13>은 그것을 꼼꼼하게 그려낸 사실주의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