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의 영화 이야기

<터미네이터> - 죽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존재의 공포 본문

영화 감상 이야기/20세기 영화 이야기

<터미네이터> - 죽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존재의 공포

오늘의박쥐 2019. 6. 19. 21:33

지금은 액션 영화 시리즈로 알려졌지만 <터미네이터> 첫 편은 스릴러 영화에 가까웠습니다. 미래에서 온 암살자가 평범한 여자 주인공을 살해하려고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녀에게는 미래에서 온 수호자가 함께 하기는 하지만, 그 역시 강대한 악당에 비하면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그들은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전형적인 스릴러 영화 스토리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터미네이터' 역을 맡은 아놀드 슈워제네거 때문입니다. 전직 보디빌더이며 키가 190cm에 가까운 슈워제네거는 암살자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을 모조리 때려부술 것 같은 폭력배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터미네이터는 그렇게 행동합니다. 암살자라고 하면 어둠 속에 숨어서 상대의 입을 틀어막고 칼로 찌르거나, 멀리서 소총으로 저격하는 이미지가 떠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터미네이터는 그저 표적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서 총을 갈겨버립니다. 암살이라기보다는 군사 행동에 더 가까운 행동입니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짓이지만 터미네이터가 로봇이라는 설정이 이를 가능케 합니다. 터미네이터는 오직 사라 코너를 죽이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에 휘말리든, 결과를 완수하고 나서 뒤처리를 어떻게 감당하든, 아무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터미네이터는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폭거를 마음껏 저지릅니다. 경찰서를 트럭으로 들이받고, 유조차로 사라를 깔아뭉개려고 듭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터미네이터는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멋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스릴러 영화인데도 액션 영화다운 시원시원함이 느껴집니다.

터미네이터는 어떤 잡념도 없이, 한 명의 사람을 죽이려 드는 존재입니다. 몸이 불타고 부서져도 끝까지 사라를 죽이기 위해 달라드는 터미네이터의 공포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