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만화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입니다. 오해하실 수 있지만, 이 만화가 최고의 만화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것보다 명작인 만화는 몇 권이고 있지요. 하지만 작품의 질이나 명성과 상관없이 저는 이 만화를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이 만화는 제목 그대로 올케와 둘이서 살게 된 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시노.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읜 그녀는 오빠와 둘이서 자랐지만, 그 오빠도 시노가 고등학생 때 죽고 맙니다. 완전히 천애고아가 된 시노 옆에 남은 것은 오빠의 아내 노조미 뿐입니다.
‘오빠의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이 매우 절묘하지 않나요? 제목 그대로 시노는 ‘오빠의 아내’ 노조미와 살고 있습니다. 근데 정작 오빠는 이제 없습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이제 노조미는 ‘오빠의 아내’가 아닌 겁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사실을 애써 잊으며 서로를 ‘남편의 동생’과 ‘오빠의 아내’라고 부르며 가족 관계를 이어나갑니다.
이 둘은 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혈연 관계도 아니고, 친척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단순한 남남이거나 룸 셰어하는 동거인도 아닙니다. 둘은 가족입니다. 그러나 둘을 가족으로 엮는 연결고리는 이제 없습니다. 그래서 둘은 서로를 어떤 관계로 규정해야 할지 모릅니다. 자기들끼리도 말입니다.
<오빠아내>에는 특별히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둘이서 같이 일상을 보내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 돕고 사는 평범한 가족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결코 속 편하게 볼 수 있는 만화도 아닙니다. 둘의 관계는 너무나도 연결고리가 미약해서, 언제라도 깨질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만화 안에서 시노도, 노조미도 서로가 언제 떠나갈지 몰라 계속 불안해 합니다.
두 사람은 과연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서로가 남남임을 인정하고 헤어지게 될까요?
그 결말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 행방을 쫓기 위해서 저는 꾸준히 만화를 신간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는 중입니다. 저 말고도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보기 바랍니다. 사실적인 그림체와 섬세한 성격의 여자 캐릭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추하는 만화 <오빠아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