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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박소년 하나코 군> - 공포 한편의 매력으로 가득한 순정만화

오늘의박쥐 2018. 12. 8. 17:02

<지박소년 하나코 군>은 제가 최근 빠져있는 만화입니다. 국내에는 전자책으로밖에 출판되지 않아서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올려봅니다.


일본 괴담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화장실의 하나코'라는 괴담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자화장실의 한 칸을 밤 중에 두드리면서 '하나코 양,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예~!'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는 괴담이지요. 이 만화는 그 괴담에서 따온 이야기입니다. 다만 제목과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여기선 하나코가 남자로 나옵니다. 그래서 '하나코 군'이지요.


사랑을 하고 싶은 고등학교 1학년 야시로 네네. 그녀가 여자화장실에서 만난 귀신 하나코 군에게 소원을 이뤄달라고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소문과 달리 여자가 아니라 남자고, 은근이 어수룩한 유령 하나코 군. 하지만 그는 분명히 엄청난 힘과 수많은 비밀을 가진 유령입니다. 그와 인연을 맺은 네네는 앞으로 수많은 유령들과 만나게 되고, 여기에 열혈 퇴마사 소년 미나모토 코우까지 끼면서 이야기는 점차 커집니다.


대놓고 말해서 이야기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흔해 빠진 이야기까지는 아니지만 아주 특별할 것도 없는 학원 오컬트 판타지 만화입니다. 이 만화에서 저의 주목을 끈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그림과 연출입니다. 이 만화는 선이 매우 굵고 거칠면서도 은근히 깔끔하고 둥글어요. 그래서 은근히 공포스러우면서도, 불쾌감을 이끌어내지는 않을 정도의 적절한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런 그림의 매력은 이야기의 매력하고도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인 하나코 말입니다. 하나코 군은 언뜻 보기에는 어리숙하고, 경박해 보이지만, 사람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소름 돋는 면이 있고, 실제로 쌍둥이 동생을 죽였다는 어두운 과거도 갖고 있습니다. 친근해 보이고 믿음직스러우면서도, 어쩔 때는 매우 위험해 보이는 존재. 믿고 싶지만 믿기 힘든 존재. 그것이 하나코 군입니다. 그런 하나코와 친하게 지내고 싶으면서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하는 네네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만화의 매력입니다.


또 다른 매력은 강력한 유령인 하나코와 평범한 인간인 네네의 밸런스입니다. 하나코는 학원 7대 불가사의 중 가장 강력한 존재이자 리더로서, 어떤 유령도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령, 정확히는 괴이(怪異)는 규칙에 속박된 존재입니다. 인간 세상에 관여할 수 없고, 인간들에게 난 소문을 따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요정의 모습을 본 인간은 요정에게 살해당한다'라는 소문이 퍼져 있으면 자신을 본 인간을 무조건 죽여야 합니다. 설령 본인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그것이 괴이의 숙명입니다.


그러나 인간인 네네는 그런 규칙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그래서 괴이의 운명을 바꿔줄 수 있습니다. '요정은 자신을 본 사람을 죽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탕을 주면 괜찮다.'라고 소문을 바꿔서 말입니다. 그러면 요정들은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맛있는 사탕을 받아서 좋아하게 됩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대신에 규칙에 속박된 하나코. 힘은 없지만 뭐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네네. 이 둘의 콤비가 만화를 재밌게 만들어주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입니다. 우리는 하나코처럼 강력한 힘을 동경하지만, 실제로 그런 힘을 손에 넣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 힘도 없어도 있는 힘껏 하나코를 도와주는 네네를 보면서, 평범한 인간이라도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넘쳐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꿈을 담아낸 좋은 만화입니다.


저는 현재 리디북스에서 7권까지 구입해서 읽고 있습니다. 대여는 일주일에 1권 당 1500원, 구입은 1권 당 2500원입니다. 싼 가격으로 마음껏 읽을 수 있으니, 이런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꼭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