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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영화 이야기
글을 쓰는 이유 본문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친구한테 그렇게 말했더니, 반대로 물었다.
“왜 글을 쓰려고 하는 건데?”
왜? 글쎄. 대답할 말이 없었다. 매일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켜는 것처럼, TV를 보는 것처럼. 습관이다. 어릴 때부터 글을 썼던 사람은 원하든 말든 계속 글을 쓰고 만다.
처음 글을 썼던 것은 언제였지? 아마 초등학교 들어가자마자. 학교 숙제로 일기를 적는 것을 좋아했다. 독후감도. 그리고 2학년 때부터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에 대충 쓴 이야기를 마구 올렸다. 어릴 때 좋아하던 만화 내용을 적당히 바꾼 것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 재미있다, 다음 편이 기대된다, 그런 한 마디가 좋았다.
잘 써지지 않게 된 것은 중학생 때였을까.
그때라고 글을 안 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릴 때보다 많이 썼다. 하지만 계속해서 쓰지 못했다. 쓰다가 중간에 싫증이 났다. 어딘가 맘에 안 들었다. 고치고 고치다가 결국에는 때려치웠다. 그리고 새로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것도 금방 싫증이 난다. 반복하고 반복한다.
대학생이 됐을 쯤에는 모든 글쓰기가 싫어졌다.
글쓰기에 지쳤다. 무슨 글을 써도 소용없다. 쓰기 전에 이미 좋은 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안 든다. 실패가 뻔한 도전을 하는 기분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너무 많은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글쓰기가 즐거웠던 이유는, 그때는 처음으로 글을 썼기 때문이다. 그때는 소설을 쓰는 것도, 동시를 쓰는 것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판타지 소설도 써 보고 SF 소설도 써 보고, 공모전에 내는 수필도 써 보고, 학교에 제출할 감상문도 써 보고. 아무튼 뭐든 새로 해 보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그것을 싫어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잘했으니까. 나는 글쓰기를 잘했고 그래서 좋아했다. 뭐든지 새로운 글쓰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글을 쓸지 생각하는 것이 좋았다. 생각한 것을 실제로 쓰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다 써 본 것이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간에.
소설의 첫 줄을 쓰는 순간, 시의 첫 행을 쓰는 순간, 항상 드는 느낌이 있다. ‘아, 전에 쓴 거랑 비슷해.’라고. 더 이상 어떤 글쓰기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제 글을 그만 쓸 때가 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습관이다. 이미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마치 한 끼 밥을 거른 것처럼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불안을 달래기 위해서 계속 글을 써야 하는 걸까? 아니면 불안을 극복하고, 글을 쓰지 않는 삶을 새로 시작해야 할까?
답은 알 수 없다. 아무도 나에게 답해주지 않는다. 그저 나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충동을 억누르기보다는, 충동에 몸을 맡기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은 이렇게 뭔가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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