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이 없었다면 이순신은 어떻게 됐을까요.
그랬다면 이순신은 영웅이 되지 못했겠지요. 역사에 위인으로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겁니다. 현대에 이순신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었을 테지요. 역사 전공자들이나 겨우 이름을 알까말까한 사람으로 남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영웅이 된 거에요.
근데 그게 본인이 바라던 일일까요?
난중일기를 읽어보면 이순신은 영웅이 되는 것에는 그닥 관심이 없어 보여요. 전쟁에서 공을 세웠거나 벼슬이 올랐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어머니가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뻐했지요.
생각해 보면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나서 안 좋은 일만 있다가 끝났습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좋았던 사람이 몇이나 있겠습니까만은....)
따져볼까요? 산전수전 다 치르다가 오십 가까이 먹어서 겨우 높은 벼슬 올랐는데 늙어가는 몸으로 칠년간 배 타고 돌아다니며 전쟁하느라 건강은 다 버리지, 열심히 싸웠을 뿐인데 왠지 임금한테 미움 사지, 그래서 뜬금없이 죄인 취급을 당해서 죽을 뻔했고, 목숨은 부지했지만 옥살이해야 했고, 그 와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 자리도 못 가고, 그러다가 귀한 아들도 전장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그밖에 아는 사람들 수십 수백 명이 전쟁에서 다 죽고, 결국에는 자신도 전장에서 총 맞고 죽고...
반면에 임진왜란이 안 일어났다면? 높은 벼슬 얻어서 어머니께 잘 효도하다가 때가 되면 은퇴하고, 어머니 돌아가실 때 상도 제대로 치르고, 자식도 안 죽고 잘 사는 것 보고... 아주 잘 살았겠지요. 역사에 이름은 못 남겼겠지만, 그딴 거 알 게 뭐야!
그러니까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안 일어나는 편이 훨씬 행복했을 거에요. 이순신은 임진왜란의 피해자라고요.
이순신 장군님이 불쌍해요. 내세에는 꼭 임진왜란이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