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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영화 이야기
<페스트> - 누군가에게 일어나고, 누군가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재앙 본문
한 마을에 페스트가 발생합니다. 마을은 빠르게 격리됩니다. 사람들은 하나둘 죽어나갑니다.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도 가족을 잃은 슬픔, 바깥과 소통할 수 없는 단절감, 언제 병에 걸리지 모른다는 무력감으로 인해 다들 우울해집니다.
전염병이라고 하면 보통 떠올리는 이미지는 이렇습니다. 병에 걸려 끔찍하게 울부짖는 사람들, 옆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는 사람들, 수많은 시체들. 굉장히 끔찍하고 격렬한 감정이 요동치는 광경 말입니다. 그러나 <페스트>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죽고 누군가가 가족을 잃는 비극적인 상황은 매우 조용하고 사무적으로 진행됩니다. 시청 명령에 의해 단순간에 폐쇄가 결정됩니다. 개중에는 마을에 잠시 들린 외지인도 있지만 예외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개인의 사정 따위는 무시하고 모든 것이 사무적으로만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사람 한 명이 죽을 때마다 마을 전체가 술렁입니다. 그러나 곧 있으면 하루에 몇 명이 죽어나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미 질렸기 때문입니다. 격렬하고 요동치는 감정 따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누군가는 너무나도 어이없게 죽어버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도저히 살 수 없었을 것 같았는데 살아납니다. 마침내 페스트가 사라져가고 모두가 기뻐하는 시기에 뒤늦게 페스트에 걸려 죽는 사람도 나옵니다. 페스트를 관리하는 정부가 개인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페스트 역시 개인의 사정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습니다. 누가 죽고 안 죽을지는 아무도 모르며, 그들을 나누는 기준도 없습니다. 제비뽑기나 룰렛 머신하고 똑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죽거나 사는 겁니다.
<페스트>의 서술은 감정을 거의 배제하고 그저 사실만을 담담하게 표현합니다. 페스트는 누군가에게는 비극이지만 인류 전체의 비극 같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병에 걸려 죽는 사람의 비극일 뿐입니다. 아니면 도시의 폐쇄로 인해 갇혀버린 누군가의 비극이거나, 병을 고치느라 고생하는 의사의 비극이고 말입니다. 모두가 죽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생각해 보면 다행이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페스트>를 읽다보면 오히려 정체 모를 씁쓸합이 느껴집니다. 이 세상은 개인의 사정에는 아무 관심이 없으며, 사람은 다른 사람과 비극을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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