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의 영화 이야기

<너의 이름은.> -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것에서, 사랑은 시작된다 본문

영화 감상 이야기/21세기 영화 이야기

<너의 이름은.> -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것에서, 사랑은 시작된다

오늘의박쥐 2019. 6. 13. 18:45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 두 사람의 몸이 뒤바뀝니다. 타키는 여자의 몸을 하고 시골의 삶을 살게 되며, 미츠하는 남자의 몸을 하고 도시의 삶을 삽니다. 잠들었다가 깨면 다시 바뀌어 있습니다. 둘은 이런 식의 삶을 반복하며 몸과 인생을 공유합니다.

본작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배경 미술로 가장 유명합니다. 넓은 전경을 아름다운 배색과 광원 효과로 꾸며내는데, 어떤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다도 아름답습니다.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감독의 특기가 한껏 살아나는 영화입니다. 도시와 시골. 두 가지 서로 다른 배경은 신카이 감독의 손에 의해 각자의 특색을 살리며 아름답게 꾸며집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갑자기 다른 세상에 떨어진 두 남녀가 느끼는 심리적 충격입니다. 배경 미술이 그것을 살려냈습니다. 타키가 시골의 삶을 보고 당황할 때, 미츠하가 도시의 풍경을 보고 감탄할 때, 관객들도 똑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배경 그림이 그만큼 도시와 시골 특유의 느낌을 견실하게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타키와 미츠하라는 캐릭터는 특별히 개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시각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이들이 어떤 인물인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그들의 캐릭터에 빠르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에서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몸이 바뀐다는 것이 아닙니다. 둘의 '삶'이 서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타키는 미츠하의 몸에 들어가면, 미츠하의 동생을 자기 동생으로 생각하고, 미츠하의 집을 자기 집으로 생각하며, 미츠하의 친구를 자기 친구로 생각합니다. 미츠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타키의 돈을 써서 카페에 들어가고, 타키의 아르바이트를 자기 손으로 하고, 타키가 좋아하는 여자와 어울립니다. 둘의 삶은 점차 겹치게 되며, 결국 서로가 누군지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집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싫어했던 둘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럴 수 없게 됩니다. 같은 삶을 공유하는 두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살 수밖에 없고, 서로의 삶에 영향을 받으며 변해갑니다. 둘은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으며, 서로 만나서 대화 한번 한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후반에 미츠하와 관련된 엄청난 진실이 밝혀지자, 타키는 모든 것을 걸고 해결하러 나섭니다. 타키에게 더 이상 미츠하는 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츠하에게 소중한 사람은 타키에게도 소중한 사람이고, 미츠하에게 소중한 마을은 타키에게도 소중한 마을이며, 미츠하의 삶은 곧 타키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너의 이름은.>은 만난 적조차 없는 두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입니다. 서로 성별이 다르고, 출생이 다르고, 고향이 달라도, 사람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저 서로의 '삶'을 공유한다는 사실 만으로 말입니다. <너의 이름은.>은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경우를 만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표현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