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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영화 이야기
<신세기 에반게리온> -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떠안은 소년소녀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 그러나 방향성을 잃은 결말 본문
<신세기 에반게리온> -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떠안은 소년소녀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 그러나 방향성을 잃은 결말
오늘의박쥐 2019. 6. 23. 13:07<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인류를 위협하는 거대괴수 '사도'에게 맞서기 위해서 만든 거대 인조인간 '에반게리온'에 소년소녀들이 탑승하여 싸우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입니다. '로봇 애니메이션'이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엄밀히 말해서 에반게리온은 로봇이 아닙니다. 금속 갑옷을 입고 있는 생명체입니다. 'AT 필드'라는 보호막 때문에 기존 병기로는 이길 수 없는 '사도'를 똑같이 AT 필드를 써서 쓰러트릴 수 있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그런 설정을 반영한 건지 '에반게리온'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로봇'처럼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로봇이라고 하면 흔히 다부지고 튼튼한 몸체, 헬멧처럼 생긴 머리, 미사일 같은 대형 무기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에반게리온은 마르고 구부정한 몸체, 짐승처럼 생긴 머리를 지녔고, 나이프나 라이플 같이 마치 인간 병사 같은 무기로 싸웁니다. 이 탓에 많이 어설퍼 보입니다.
그리고 싸우는 방식도 로봇 같지 않습니다. 맹수와 더 비슷합니다. 첫 싸움부터 에반게리온은 '조종에 따라서만 움직이는기계'가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란 인상을 확실하게 남깁니다. 조종사가 쓰러졌는데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제멋대로 움직이고, 이빨을 드러며 동물 같이 울부짖고,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라 상대를 물어뜯고, 팔이 날아가자 피를 뿜어내다가 생체 조직을 재생시키며 인간 같은 팔을 드러냅니다. 어느새 지켜보던 사람들은 사도보다도 에반게리온에게 더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이렇듯이 에반게리온은 정체도 알 수 없고 통제도 할 수 없는 괴물입니다. 그런데 그런 괴물이 인류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희망입니다. 하물며 조종사는 14세의 소년소녀들입니다. 다들 제멋대로고, 섬세하고, 미숙합니다. 미숙한 소년소녀들이 혼자 날뛰는 괴물의 고삐를 잡고 인류를 지켜야 합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린 듯한 위기감에서 시작하여 끝날 때까지 그것을 이어갑니다. 한 번 이겨도 다음 번에 이긴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들의 마지막 희망은 너무나 불안한 존재들의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태연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인간은 없을 것입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그런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불안에 가득한 심리를 그려냅니다. 에반게리온과 사도의 싸움은 그런 절박함을 드러내기 위한 스토리의 장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짜 볼거리는, 막중한 책임과 미래가 없는 불안 속에서 피폐해져 가는 인간 군상입니다.
특히 에반게리온을 조종하는 신지, 레이, 아스카라는 세 명의 소년소녀들이 지는 책임의 무게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인류 멸망의 위기에 직면하고, 자신의 앞날도 보이지 않는 파란만장한 청소년기에, 갑자기 인류의 운명을 걸고 싸워야 합니다. 신지는 막중한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면서도 책임감을 버리지 못해 계속 싸웁니다. 아무 의문 없이 기계처럼 싸우던 레이는 신지의 모습을 보며 자기자신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됩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으로 자존심을 유지하던 아스카는 싸움에 의문을 갖는 신지와 레이의 생각을 인정하지 못하고 충돌합니다. 세 사람은 서로를 알아갈수록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점차 망가집니다.
독특한 영상미에 힘입은 심리 묘사와 인물들의 줄타는 듯한 인간관계 묘사는 볼 만 합니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그렇게 재미있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일단 괴수와 싸우는 것이 핵심 요소인데도 불구하고, 액션이 재미가 없습니다. 분량이 워낙 적고, 위에서 말했듯이 에반게리온의 싸움 방식이 뭔가 어설퍼 보여서 멋지지 않습니다. 아예 싸움도 없이 지나가는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세 명의 소년소녀는 가면 갈 수록 이야기의 중심에서 밀려납니다. 그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명령에 따라 출격할 뿐입니다. 진짜 중요한 갈등들은 어른들 사이에서만 오갑니다. 신지, 레이, 아스카의 의는 거기에 전혀 반영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주인공들만이 아니라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고유명사가 많고 추상적인 개념이 많아서 설명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뭔가 중요한 것을 알고 있는 어른 캐릭터들은 자기들만 이해하는 말만 써가며 대화하고, 그나마 진짜로 중요한 것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비밀에 부쳐 버립니다. 마지막 5화 정도가 남았을 때는 이제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그냥 머리를 비워야 합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벼랑 끝에 몰린 인간군상의 심리를 그려내는 TV 시리즈입니다. 애니메이션의 모든 법칙을 파괴하고 오로지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내는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영상 연출의 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확고한 컨셉을 갖고도, 스토리를 어떤 명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지 못합니다. 단순히 내용이 우울하고 난해한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인물들이 파멸을 맞든, 극복하고 성장하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주인공 세 사람의 이야기보다 주변의 이야기에 더 집중해 버렸고, 그나마도 일관성 있게 풀어내지 못합니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남는 것은 알쏭달쏭함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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