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이야기/미야자키 하야오 시리즈 이야기

<모노노케 히메> - 대립할 운명인 인간과 자연, 그러나 화합의 희망은 존재한다

오늘의박쥐 2019. 6. 6. 21:22

'모노노케 히메'라 불리는 소녀 '산'은 들개에게 길러진 소녀입니다. 그녀는 마치 들개처럼 살아갑니다. 들개처럼 그르렁거리고, 가죽으로 몸을 두르고, 처음 보는 사람을 사납게 대하고, 상대를 물어뜯고 상처입히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타타라 마을은 다른 인간들의 지배를 피하기 위해 싸우고, 싸우기 위해서 자연을 파괴합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에 분노한 멧돼지들과 들개들은 타타라 마을과 싸웁니다. 각자 살기 위한 싸움이지만, 그 싸움 끝에 서로는 파멸을 향해 질주합니다. 외부에서 찾아온 주인공 아시타카는 파멸을 막으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자연은 아름다우면서 폭력적입니다. 숲속에는 햇살을 은은하게 반사하는 샘이 있고, 샘은 사람을 치유해주며, 신비한 얼굴이 달린 사슴 신이 살고 있습니다. 그 사슴 신을 지키는 들개와 맷돼지, 성성이들은 사납고 강인하며 무리를 지어 움직이고, 인간을 싫어합니다. <모노노케 히메>는 자연의 호의와 적의라는 양면성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자라 인간을 적대하는 소녀 '산'은 자연의 이중성을 의인화한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강인하고 사나운 동시에 아름답습니다.

주인공인 아시타카는 인간들을 돕고 싶어하지만, 자연을 파괴하는 것도 반대합니다. 그러나 힘 없는 작은 마을이 살기 위해서는 자연을 파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병자와 장애인들까지 살리고자 애쓰며 모두가 전투 훈련을 하고 여자들까지 나서서 일합니다. 아시타카는 그들의 삶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들개들을 이끌고 타타라 마을에 쳐들어온 '모노노케 히메' 역시 사람이었습니다. 아시타카는 산이 사람들을 죽이는 것도, 마을 사람들이 산을 죽이는 것도 막습니다. 산을 구해준 대가로 아시타카는 숲의 짐승들과 대화할 기회를 얻습니다. 그러나 '인간'인 아시타카의 말은 짐승들에게 닿지 않습니다. 짐승들은 목숨을 다해 타타라 마을과 싸우기로 한 결심을 고치지 않습니다.

인간은, 정확히는 인간의 문명은 자연과 화합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살기 위해서 자연을 파괴해야 하고, 따라서 자연의 동물들은 살기 위해서 인간과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아닌 '자연'을 선택한 산은 끝까지 인간들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합니다. 다른 동물들에게 경원시당하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고 말입니다. 그녀는 인간이 지닌 동물적인 강함과 아름다움을 한 몸에 체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동물적으로 변했어도 산은 인간이고, 그래서 아시타카와 서로 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시타카는 숲의 동물들과 화합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일원인 산하고는 화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간 세계의 일원인 아시타카와 자연 세계의 일원인 산이 함께 힘을 합쳐, 자연과 인간 양쪽을 구하기 위해 싸울 수도 있었습니다.

<모노노케 히메>는 자연이 가진 힘과 아름다움을 그려냅니다. 그 모습은 관객들을 매혹시킵니다. 그러나 인간은 살기 위해서 자연을 파괴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그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해야 한다는 사실은 관객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고, 그 강대한 자연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점은 공포를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두 세계의 기로에 서 있는 아시타카와 산이 서로 교감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과 자연은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줍니다. 아무리 인간이 자연과 대립하더라도,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의 속성을 물려받은 자손이기 때문입니다. '모노노케 히메'라 불리는 산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