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이야기/미야자키 하야오 시리즈 이야기

<이웃집 토토로> - 순수한 자연 속 어딘가에 있을, 영원히 사랑받을 요괴

오늘의박쥐 2019. 6. 5. 13:51

시골로 이사온 자매가 숲속에서 거대한 동물 친구 토토로를 만납니다. 토토로는 배가 불룩하고 털이 담요처럼 푹신합니다. 마치 쿠션 같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끌어안고 싶어질 정도로 사랑스런 동물입니다. 실제로 자매는 토토로의 털에 몸을 묻기를 좋아합니다. 토토로의 배를 끌어안으며 함박웃음을 짓다가 편안히 잠드는 자매를 보고 있으면 더욱 토토로를 끌어안고 싶은 욕구가 간절해집니다.

그리고 토토로는 눈, 코, 입이 큽니다. 그 커다란 신체부위로 짓는 표정은 무척 생동감 있고, 그래서 인간이 아닌 요괴인데도 관객들은 토토로의 감정을 뚜렷하게 알 수 있습니다. 토토로는 인간들보다도 훨씬 더 실감나는 캐릭터로 만들어졌습니다.

제작진은 토토로를 진짜 같은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영화의 배경을 알맞게 배치했습니다. 시대는 아직 옛 전통과 전쟁으로 인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쇼와 시대고, 공간은 한적하고 문명의 손길이 뻗지 않은 시골마을입니다. 이곳에서는 전설이 아직 횡행하고 있고, 깊은 숲속 안은 미지의 공간이라 요괴가 살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소녀들도 아직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어서 요괴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자매는 토토로를 겁내지 않고 친근하게 대합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놀 거리도 마땅찮은 시골에서 자매는 토토로에게 푹 빠집니다. 그리고 토토로도 자기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자매가 마음에 들었는지 호의적으로 대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위기에 처한 자매에게 보답을 해줍니다.

<이웃집 토토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중에서 별종에 속합니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웃집 토토로>에는 그들 특유의 염세주의가 묻어있지 않습니다. 그저 호의로 대하면 호의로 답하는 순수한 동물의 매력을 담았을 뿐입니다. 토토로는 문명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자연이 지닌 포근함과 신비함을 정감 있게 담아낸 캐릭터입니다. 영화가 개봉한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토토로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토토로는 우리가 가보지 못한 숲속 어딘가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존재이고, 지구에 한 평의 숲이라도 남아있는 한 사람들의 상상 속에 자리잡으며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