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오염 속에서도 살아가는 대자연의 장엄함, 그러나 인간들의 매력은 부족
환경파괴로 오염된 세상. 썩어버린 대지에서 살아가는 동물들. 그들의 세상을 탐구하는 소녀 나우시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파괴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과 동물들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한 소녀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나우시카의 부족은 자연에서 얻는 자원을 이용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연을 파괴하고 문명의 힘으로 살아가려는 토르메키아 왕국의 공격을 받고 맙니다. 그러나 오염된 대지에서 살아가는 동물 '오무'들은 토르메키아의 군사력으로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나우시카는 양쪽의 싸움을 막고자 합니다.
거대한 갑충을 연상시키는 오무, 지상에 올라온 산호초를 연상시키는 부해. 미야자키 하야오가 탁월한 미술 감각으로 그려낸 대자연은 오염된 모습임에도 매우 신비롭고 조화롭습니다. 그리고 비행정을 타고 그들 사이를 누비며 자연의 산물을 얻어가는 나우시카는 용감하고 생활력 넘치는 인간으로 그려집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부패한 환경에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과 소녀를 어우러지게 그려냅니다. 그 조화로움 속에서 관객들은 생명의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자연은 멋지게 그려냈지만 인간은 제대로 묘사하지 못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인간들의 심리는 도통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나우시카는 눈앞에서 토르메키아 왕국군에게 아버지를 잃고도 이후 별다른 원한을 보이지 않습니다. 토르메키아의 크샤나 황녀는 확신에 찬 모습으로 등장하여 자연과 전쟁을 선포해놓고는, 잠깐 비행기에서 추락하고 바람계곡 사람들과 대자연 탐방 좀 하더니 그세 자연에 대한 태도를 바꿉니다. 그밖의 인물들도 다들 행동에 일관성이 부족하여 인상이 강하게 남지 않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부해의 경관과 오무 떼의 장엄한 진격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