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2> - 아이언맨은 어째서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영화
지난 번 글에서 <아이언맨>이 소문 만큼 좋은 영화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아이언맨 2>는 사람들이 말하는 만큼 나쁜 영화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언맨>보다 좋은 영화는 아니겠지만, 그보다 나쁜 영화도 아닙니다.
전편에서 대중들 앞에 정체를 드러낸 아이언맨은 인기 스타가 됩니다. 그러나 아이언맨의 힘을 경계하여 슈트를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사회의 압박, 그리고 아크 리액터의 결함으로 인한 중독 증상으로 인해 토니 스타크는 점차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갑니다. 결국 알콜 중독으로 망가져서 폐인이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동료였던 닉 퓨리의 도움을 받아 아크 리액터를 수리하고 다시 재기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서 슈트를 강탈한 군수회사의 범죄를 밝혀내고 다시 사회적 지위도 되찾고 영웅으로 복귀합니다.
스토리가 난잡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국 핵심 문제는 토니의 생명을 위협하는 아크 리액터의 결함입니다. 토니의 생명을 구해주고, 토니를 아이언맨으로 만들어준 보물인 아크 리액터가, 반대로 생명을 위협합니다. 아크 리액터가 자신을 죽이고 있지만, 토니는 아크 리액터를 제거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자신이 죽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역같은 상황이죠. 그러나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없는 것이, 아크 리액터는 토니가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아크 리액터는 토니가 가진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공예품입니다.
토니는 아크 리액터를 스스로 고치지 못합니다. 그의 손으로 고치기는 했지만, 그 방법을 가르쳐준 것은 돌아가신 아버지였습니다. 토니는 지금까지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아버지가 남겨준 것을 갖고 살아온 것이고, 아직까지도 아버지의 도움을 받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언맨>에서 토니는 거의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했습니다. 페퍼나 인센, 콜슨 등의 도움을 받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전부 사소한 문제들이었고 핵심 문제는 자기 손으로 해결했습니다. <아이언맨 2>에서는 토니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번 편에서 토니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페퍼, 로드, 퓨리, 나타샤, 호건,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도움 말입니다.
<아이언맨 2>는 슈퍼히어로가 혼자일 때보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때 더욱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필요한 이야기였으며, 따라서 <어벤져스>로 이어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영화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많다거나, 제대로 된 액션이 없다거나,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토니의 심경 변화는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묘사되었고, 그 덕분에 <아이언맨 2>는 고유의 주제의식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단독 영화로서 점수를 높게 쳐줄 수는 없지만, <아이언맨>과 <어벤져스>를 잇는 징검다리라는 것을 감안하며 보면 즐길 만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