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 고독해야만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언맨>은 슈퍼히어로 영화 역사를 뒤바꾼 명작이다.'라고 많이들 말하시던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럭저럭 괜찮기는 하지만 매우 파격적인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 비긴즈> 수준의 괜찮은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언맨>이 그렇게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는 알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 때문입니다. 토니 스타크가 기자들 앞에서 '내가 바로 아이언맨이다!'라고 외치는 것 말입니다. 이것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것입니다.
<슈퍼맨>이나 <배트맨>,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슈퍼히어로는 주인공의 '숨겨진 정체'였습니다.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정체를 알릴 수 업었고, 외롭게 투쟁해야 했습니다. 슈퍼히어로는 평범하지 않은 존재고, 남들에게 알려져선 안 되는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슈퍼히어로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서 애써야만 합니다. 그래서 낮에는 평범한 인간으로 일하다가 밤에는 슈퍼히어로로 변신해서 싸웁니다. '고독하고 대가가 없는 이중생활'은 슈퍼히어로의 원칙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아이언맨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당당합니다. 그는 숨지 않습니다. 대낮에 당당하게 날아다니며 정면에서 범죄자들과 맞서 싸웁니다. 그에게 이중생활은 없습니다. 그는 토니 스타크이면서 동시에 아이언맨입니다. 그의 슈트는 '일반인 토니 스타크'의 정체를 감추기 위한 가면이 아닙니다. 백만장자이자 천재 공학자인 토니의 힘과 실력을 발휘하는 연장입니다. 그는 고독하지 않습니다. 그는 세계적인 갑부이며 플레이보이입니다. 아이언맨이 되고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은 '숨겨진 정체'가 아닙니다. 그저 아이언맨의 이름이 토니 스타크일 뿐입니다.
<아이언맨> 이전의 슈퍼히어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고독하고 대가 없는 이중생활을 견딜 각오를 다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토니 스타크는 그런 독한 다짐을 하지 않아도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슈퍼히어로가 되기 위해서 고독해질 필요는 없으며, 그저 힘을 올바른 일에 쓰는 사람이 영웅입니다. 토니가 아이언맨이 될 수 있던 것은 백만장자이자 무기 공학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언맨이 되기 전에는 힘을 잘못된 곳에 쓰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무기를 쓰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당하는 경험을 겪고, 토니는 자신의 힘이 잘못된 곳에 쓰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올바른 길에 쓰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그가 선택한 '올바른 길'이 아이언맨입니다. 스파이더맨처럼 갑자기 초능력을 얻은 것도 아니고, 배트맨처럼 부모를 잃고 절망한 것도 아닙니다. 원래 갖고 있던 힘을 올바르게 사용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슈퍼맨이나 배트맨이 되는 것보다는 아이언맨이 되는 것이 더 쉽게 느끼고, 그래서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아이언맨>에 열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