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 히어로물보다는 스릴러에 가까운
어김없이 돌아온 MCU 신작 [캡틴 마블]을 봤습니다. 망작이다, MCU 영화 중 최악이다, 엔드게임 아니었음 안 봤다, 별의별 말이 다 나오길래 별로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예상 외로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명작까지는 아니지만 2시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즐거운 영화였네요.
초반부는 확실히 못 만들었습니다. 내용을 가위질이라도 한 것처럼 장면끼리 연결이 안 되고, 전개가 너무 빠른 데다가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습니다. 액션 신은 하도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고요.
하지만 캡틴 마블이 지구에 내려오고 나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모험이 시작됩니다. 변신 종족인 스크럴의 위협을 피해서 말이지요. <터미네이터 2>의 T-1000을 연상시키는 능력을 지닌 스크럴 족은 민간인, 실드 요원 등으로 변신하면서 캡틴 마블을 쫓아옵니다. 누구를 믿어야 할 지 알 수 없는 상황. 그 와중에 캡틴 마블은 자신의 기억에 없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집니다. 생사를 넘나들던 전우들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캡틴 마블은 오늘 처음 만난 지구인 요원 닉 퓨리와,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 친구 마리아의 도움만 받으며 상황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좋았습니다. 주인공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합니다. 진실은 힘으로 밝힐 수가 없으니까요. 제작진이 '캡틴 마블이 너무 강해서 영화가 재미없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라고 했는데 그 노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모든 진실을 깨달은 순간, 주인공은 진정한 힘을 얻고 자유롭게 날뛰며 모든 적을 쓸어 버립니다. 진상에 도달했다는 쾌감, 승리하는 쾌감, 양쪽을 한 번에 이루는 화끈한 클라이맥스였습니다. 꼭 마지막에 맥 빠지는 전개로 끝나기 마련인 MCU에서 보기 드문 멋진 결말이었네요.
이 영화를 욕하시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는 합니다. 주인공이 악당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권선징악 액션물을 기대하셨다면 실망할 영화입니다. 영화 장르가 히어로 액션물보다는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상황에서 진실을 찾아 헤매는 스릴러 말입니다. 그걸 기대하고 보러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