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만화 이야기

<라라라>- 별난 부부 이야기 만화

오늘의박쥐 2018. 12. 8. 21:56


<라라라>는 전에 포스팅한 <라이어X라이어>의 작가 킨다이치 렌주로의 또다른 만화입니다. 순정만화였던 라이어라이어와 달리 청년만화여서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이 만화는 굉장히 이상하게 시작합니다. 만난 지 일 분 만에 두 사람이 결혼하는 걸로 시작하거든요. 뭔 소리냐 싶겠지만 사실입니다. 정리해고 당하고 실연까지 당한 채 술집에서 주정을 하고 있던 청년 키리시마 시로, 그 앞에 나타난 수수께끼의 미인 이시무라 아이. 그녀는 새로운 일자리를 주겠다면서 어떤 서류를 내밀고, 만취 상태였고 미모에 홀려있던 시로는 덜컥 사인을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혼인신고서였고, 일자리라는 건 전업주부였다는 이야기. 그렇게 백수에서 주부로 전직하게 됩니다.

어이가 없겠지만 진짜 스토리가 저렇답니다. 간추리는 바람에 황당한 스토리가 된 거 같나요? 실제로 보면 더 황당해요. 보면 아실 듯...


이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은 여주인공 이시무라 아이입니다. 아이는 로맨스 만화의 여주인공이 되기에는 꽤나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제멋대로고, 애교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고, 직설적이고, 연애에 관심 없고, 냉정하고 현실주의적이며, 마이페이스고, 배려심도 섬세함도 수치심도 내다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로맨스의 ‘로’ 자도 안 보이는 사람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만난 지 오 분도 안 된 사람하고 결혼을 하겠나요?

여러모로 기똥찬 사람이지만, 그런 사람과 부부로 살아야 하는 것이 시로의 운명입니다. 로맨스 없는 여자와 로맨스 없이 결혼. 이 생활에 로맨스는 찾아올 수 있는가? 그것이 이 만화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라라라>는 킨다이치 렌주로 특유의 직설적이고 담백한 맛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만화입니다. 그 특성이 집약된 캐릭터가 이시무라 아이고요. ‘사랑’, ‘결혼’, ‘부부’라고 하면 순정적이고, 서로 참아주며, 무리를 해서라도 로망을 이뤄주고, 거짓말이나 비밀을 만들어서라도 화목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이시무라 아이는 그런 관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매우 도발적인 캐릭터고요.

할 말은 다 하고, 굳이 애를 써서 화목한 사이를 만들지 않고, 상대의 비위를 거슬리더라도 언제나 진심만을 말합니다. 그런 사람이지만 인간으로서 도리는 다하고, 자기에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잘 대해주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망설임 없이 척척 해냅니다.


굳이 꾸미지 않아도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라라라>란 만화를 보고 얻어갈 수 있는 가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