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문학 이야기

<미저리> - 감금 서스펜스 소설

오늘의박쥐 2018. 12. 2. 00:11

스티븐 킹은 매우 유명한 작가입니다만 제가 제대로 읽어본 소설은 <미저리> 하나뿐입니다. 지금 처녀작 <캐리>도 읽고 있기는 한데, 번역이 매우 엉망이고 내용도 너무 작위적이란 느낌이라 읽기 무척 힘드네요...


미저리는 소설가가 광팬에게 감금당해서 제 입맛에 맞는 소설을 쓰는 걸 강요당하는 내용입니다. 어째 작가 본인의 악몽을 구체화시킨 소설 같군요.

이 소설의 가장 재미 있는 부분은 작가와 납치범의 치밀한 신경전입니다. 작가는 다리가 부러진 상태에서 진통제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태. 집안은 외떨어져 있고 전화도 먹통. 모든 것을 감시당하는 상태. 한 마디로 모든 자유를 빼앗긴 노예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납치범은 작가를 완전히 맘대로 다루지 못합니다. 왜냐면 그녀가 원하는 것은 소설입니다. 소설은 작가를
압착기로 쥐어짠다고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작가의 자유의지에 달려 있지요. 그래서 납치범은 작가가 자기 맘에 맞는 소설을 쓰게 만들려고 전전긍긍합니다.

부러진 다리를 이끌고 온갖 탈출 시도를 해 보지만 전부 실패로 돌아간 작가는 좌절에 빠지고 말지만, 어느날 깨닫습니다. 자신이 소설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납치범이 매우 초조해진다는 사실을요. 작가는 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대면 납치범이 고분고분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자리도 비켜주고, 교정도 도와주고, 장소도 옮겨주지요.

다리 한짝도 움직일 수 없이 감금당한 작가. 하지만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작가입니다. 작가는 과연 반신불구로 감금당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무슨 수로 납치범을 구슬려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납치한 자와 납치다한 자의 주도권 싸움... 승리를 거두는 쪽은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