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 - 사면초가의 전장 속에서도, 사람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2차 대전의 전환점이라 일컫어지는 '다이나모 작전'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바다 끝에 몰린 30만 명의 병력, 삼면이 적군으로 둘러쌓인 상황. 도망칠 길이 없는 병력을 위해서 조국은 도망칠 길을 만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다합니다. 군인,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수백 척의 배가 됭케르크 해안을 향해 달려옵니다. 죽음이 빗발치는 해협을 뚫고.
전쟁 영화인데 싸움이 아니라 후퇴를 다뤘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당연하지만 후퇴는 본래 멋있는 광경이 아닙니다. 도망치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덩케르크>에서는 멋있게 표현됩니다. 왜냐면 후퇴가 아니라 '구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덩케르크>는 죽음만을 기다리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일부러 죽음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용사들을 담은 전기 영화입니다.
보통 전쟁이라고 하면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총을 쏴대는 치열함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덩케르크>에서 주인공인 연합군은 그런 치열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궁지에 몰려있고 반격의 실마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밖에 느낄 수 없습니다. 해변에 도열한 병사들을 향해 가차없이 날아드는 폭격, 살기 위해서 보트에 억지로라도 올라타려는 병사들, 어뢰에 맞자마자 순식간에 물에 차오르며 지옥으로 변하는 선박. 이런 광경들을 통해, 패배한 전장에 떨어진 군인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관객들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처절함을 배가시켜주는 점으로는 배경이 바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육지라면 아무리 험한 산길이라도 죽자살자 넘어볼 수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바다를 헤엄쳐서 건널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가 배를 가져다주지 않으면 말입니다. 오로지 하늘의 손길만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딱 어울립니다.
그래서 망망대해를 건너 수많은 배들이 도착한 순간, 마치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사면초가에 갇혀 죽음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해도, 그들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그들에게 갈 수 있는 길만 있다면,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만 있다면 얼마든지 달려갈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덩케르크>는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감동 실화입니다.